나는 Adobe를 십여 년 썼다.

의상 디자인을 공부할 때부터 Photoshop, Illustrator, 나중에는 Premiere까지 지금껏 계속 써왔다. 그 사이 영구 라이선스는 월 구독으로 바뀌었고 가격은 해마다 올랐지만, 빠져나올 수도 없었다. 전 세계 디자인 파일이 전부 그 형식으로 돼 있어서, 안 쓰면 다른 사람과 호환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게 이 거인의 진짜 무서운 점이다. 얼마나 좋아서가 아니라, 떠날 수 없게 만든다는 것.

그런데 며칠 전 어떤 소식을 보고 잠깐 멍해졌다.

Brandon Thomas라는 엔지니어가 혼자서, Claude Opus 5.5를 코딩 파트너 삼아 대략 2주 만에 Adobe 전체(Photoshop, Illustrator, Premiere, Lightroom, After Effects, InDesign, Acrobat)를 Rust로 처음부터 다시 짰다. 그리고 전부 GitHub에 올렸다. MIT 라이선스, 무료, 로컬 실행, 계정 불필요, 구독 불필요, Mac·Windows·Linux 모두 설치된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이 ArtCraft다. 지금 GitHub 스타는 2만 개가 넘는다.

내 첫 반응은 “와, 돈 아낄 수 있겠다"가 아니라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매일 스스로 손을 움직이는 AI 팀을 이끌고 있어서, 이게 무슨 의미인지 너무나 잘 안다. 10년 전만 해도 Photoshop을 다시 만들려면 회사 하나, 팀 전체, 그리고 몇 년이 필요했다. 지금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 한 명과 충분히 강력한 AI 파트너만 있으면 2주 만에 “돌아가는” 단계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 장난감 데모가 아니라, 설치가 되고 PSD 파일도 열리는 물건이다. 이 선을 한번 넘고 나면 계산할 게 많아진다. ‘어려워서 비싼’ 것들 가운데 사실은 아직 아무도 AI를 데리고 달려들지 않았을 뿐인 게 얼마나 되는지 말이다.

하지만 아주 솔직하게 브레이크도 밟아야겠다.

이건 나온 지 며칠밖에 안 됐다. AI가 새로 써낸 v1이라 거친 곳도 많고 깨지는 곳도 분명 있다. 해외 매체조차 “진짜 대체재와는 아직 멀다"고 직설적으로 썼다. 그러니 지금 당장 Adobe를 해지하고 이걸로 외주를 받아 납품하겠다는 생각은 접어두길 바란다. 지금 이 프로젝트의 위치는 대단히 충격적인 시연이지, 성숙한 도구가 아니다. 이 두 가지는 따로 봐야 한다. 안 그러면 그 2만 개의 별에 쉽게 취해 버린다.

내가 계속 눈여겨보는 건 따로 있다.

PhotoCraft는 사람이 클릭하는 인터페이스 외에 커맨드라인도 만들었고 MCP 서버까지 세웠다. VectorCraft도 순수 명령만으로 돌릴 수 있다. 쉽게 풀면, 사람만을 위해 만든 게 아니라 AI를 위해서도 만들었다는 얘기다. 우리 집 AI가 직접 열고, 이미지를 고치고, 내보내는 과정을 내가 클릭 한 번 없이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방향은 “무료 소프트웨어 하나 더 나왔다"보다 훨씬 중요하다. 오늘날 대부분의 창작 도구는 여전히 “사람이 앞에 앉아 클릭한다"는 논리로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ArtCraft는 첫날부터 에이전트가 걸어 들어와 스스로 일할 수 있는 문을 하나 열어 뒀다. 내가 보는 건 이게 Adobe를 대체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다음 세대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사람이 아니라 AI일 수 있다"를 기본값으로 삼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작자는 이걸 통째로 오픈소스로 내놓았고, 사업거리로 숨겨 두지 않았다. 이 부분이 특히 와닿았다. AI가 “만들어 내는” 문턱을 이렇게까지 낮춰 놓은 뒤에 진짜 희소한 건 더 이상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만든 걸 기꺼이 내놓아서 다른 사람이 내 어깨 위에 올라 더 멀리 가게 해주느냐다.

ArtCraft가 결국 어떤 모습이 될지는 나도 모른다. 반년 뒤에 정말 쓸 만하게 성숙할 수도 있고, 멋진 시연에서 멈출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이미 모두의 눈앞에 질문 하나를 아주 또렷하게 던져 놓았다.

당신은 지금 ‘어렵고, 비싸고, 빠져나올 수 없다’는 이유로 어떤 것들에 돈을 내고 있는가? 그저 아직 아무도 AI를 데리고 그걸 다시 짜 보지 않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