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다른 나라는 하지 않은 일을 해냈다
먼저 사실부터 말하자면, 이 내용은 하나하나 직접 검증했다(출처는 글 말미에 있으며, 여러 신뢰할 만한 매체를 교차 검증했다).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for All’ 계획을 운영할 3개 사업 연합체로 SK텔레콤, KT, 카카오를 확정했다. 9월부터 베타를 시작해 연말 정식 출시된다. 핵심은 딱 두 단어, 무료, 무제한이다. 소득이 얼마든, 나이가 몇이든, 컴퓨터를 다룰 줄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한국 전역 5,200만 명이 생성형 AI를 바로 사용할 수 있으며, 공식적으로 ‘토큰 상한 없음’이라고 명시했다.
정부는 올해 이 세 회사에 총 NVIDIA B200 512대를 배정했고, 2027년부터는 전 국민 서비스의 상당 비용까지 국가 예산이 흡수한다. 이로써 한국은 이런 정책을 시행하는 첫 G20 국가가 되었다.
(여기서 냉정한 한마디를 짚고 넘어가자면, ‘무제한’은 공식 발표일 뿐 물리적 현실은 아니다. B200 512대로 5,200만 명을 감당하려면 필연적으로 등급별 속도 제한이 있거나, 대부분의 요청을 경량 모델로 소화시킬 수밖에 없다. 실제로 모두가 정말 무제한으로 마음껏 쓸 수는 없다 — 이 숨겨진 뒷문이 어디 있는지가 바로 뒤에서 내가 직접 실측할 핵심 포인트다.)
뉴스 제목들은 온통 ‘무료’, ‘무제한’만 강조한다. 하지만 무료 무제한은 5,200만 명의 트래픽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일 뿐, 이 트래픽을 진짜 해자로 바꾸는 노림수는 다음 단락에 숨어 있다.
진짜 노림수: 그 80%
모든 보도에서 가볍게 지나간 규정이 하나 있다.
각 사업자는 쿼리의 최소 50%를 자사가 ‘인증받은 한국 주권 파운데이션 모델’로 처리해야 하며, 추가로 최소 30%는 다른 한국 기업의 모델로 처리해야 한다. 합산하면 국산 모델의 최소 기준은 **80%**다.
내가 본 어느 화제의 SNS 게시물에는 “최소 50% 국산 모델 사용"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 수치는 너무 보수적으로 표현한 것이고 실제 기준은 80%다.
바로 이 조항이 이 계획 전체의 핵심이다.
‘무료 무제한’은 자선이 아니라 유인책이다. 정부는 사실상 이렇게 말하는 셈이다. “우리가 연산 자원을 내고, 돈을 대고, 접점을 열어 수천만 국민을 한 번에 유입시켜 줄 테니, 대신 너희가 사용하는 AI의 80%는 한국산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은 ‘복지’를 하는 게 아니라 ‘산업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전 국민의 일상 사용량을 동원해 국산 모델의 수요 기반을 강제로 떠받치는 것이다.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보면 이 80%는 앞서 언급한 “B200 512대로 어떻게 5,200만 명을 먹여 살리나"라는 의문과 정확히 맞물린다. 합리적인 구조는 앞단에 지능형 라우터를 두어 난이도를 판단하는 것이다. 대량의 반복적이고 사소한 요청은 비용이 낮은 국산 소형 모델(SLM)로 처리하고, 정말 어려운 요청만 상위 모델을 호출한다.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은, B200 512대는 시범 단계의 씨앗 연산 자원일 뿐이고 진짜로 5,200만 명을 서비스하려면 등급별 속도 제한은 물리적으로 거의 필연이라는 것이다. SLM 분산 처리는 서비스를 ‘진짜 무제한’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이 무료 서비스를 얼마나 멀리까지 끌고 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레버리지다. 정책상의 할당(국산 80%)과 비용 구조(SLM 분산으로 연산 자원 절감)가 여기서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한국은 국산 모델이 GPT를 이길 필요가 없다. 국산 소형 모델이 ‘저렴하면서도 쓸 만하게’ 국민 일상 사용량의 80%를 받아내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절약한 연산 자원이 있어야 이 무료 서비스 라인을 먹여 살릴 수 있다.
왜 이렇게 하는가? ‘주권 AI’를 이해하면 답이 보인다
이 사안만 따로 보면 이상해 보이지만, 2026년의 큰 흐름 속에 놓고 보면 논리가 뚜렷해진다.
2026년 ‘주권 AI(Sovereign AI)‘는 세미나에서나 쓰이던 용어에서 G20 각국의 예산 항목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에서 이 분야에 투입되는 자금은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 프랑스는 ‘프로젝트 볼테르(Projet Voltaire)’ 주권 클라우드를 가동해, 1차로 NVIDIA H200 5만 장을 배치했고 2027년에는 두 배로 늘릴 예정이다.
- 인도는 500여 건의 제안 중 12개의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을 선정해 GPU 3만 8,000장을 배정했다.
- 캐나다는 5년간 9억 2,500만 캐나다달러를 약속했고, EU는 2,000억 유로를 동원해 AI 기가팩토리를 짓는다.
각국이 주권 AI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결국 세 가지다. 미국 프런티어 연구소에 공급망을 잡히는 것에 대한 우려, 언어와 규제상의 데이터 주권 수호, 그리고 AI를 전략 산업으로 키우려는 의도다.
하지만 여기 핵심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공급 측’에 집중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짓고, GPU를 쌓고, 처음부터 자체 모델을 훈련시킨다. 반면 한국의 이번 수는 보기 드물게 **‘수요 측’**을 공략한다.
모델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쓰는 사람이 없으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의 판단은 솔직하다. 국산 모델의 기술력은 어쩌면 따라잡을 수 있어도, ChatGPT가 이미 키워놓은 사용자 규모와 습관은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까? 정부가 직접 ‘무료 무제한’으로 5,200만 명을 국산 생태계로 밀어 넣어, ChatGPT가 줄 수 없는 것 — 방대한 실제 일상 사용량 — 을 국산 모델에 만들어주는 것이다.
공급 측은 각국이 이미 쌓아 올리고 있다. 수요 측을 이렇게 밀어붙이는 곳은 현재로선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이 쥐고 있는 패는 무엇인가
여기서 두 개의 명단을 먼저 구분해야 헷갈리지 않는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쪽은 SK텔레콤·KT·카카오 3개 연합체로, AI를 전 국민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반면 이들이 반드시 라우팅해야 하는 ‘주권 파운데이션 모델’들은 별도로 진행 중인 국가대표팀 경쟁에서 나온다. 두 명단은 일부 겹치지만(SK텔레콤은 양쪽 다 참여) 역할은 다르다. 하나는 ‘AI를 눈앞까지 가져다주는 수도관’이고, 다른 하나는 ‘그 수도관 안을 흐르는 물’이다.
이 ‘주권 파운데이션 모델’ 국가대표팀 경쟁은 현재 선발전이 진행 중이다. 5팀에서 4팀으로 줄었고, 2027년에는 2팀만 남긴다. 표면에 드러난 참가자로는 LG의 EXAONE, 네이버의 HyperCLOVA X, 업스테이지의 Solar Pro, SK텔레콤의 A.X 시리즈, 카카오의 Kanana가 있다.
현재는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가 앞서서 3차 라운드에 진출했다. SK텔레콤은 A.X K1 — 한국 최초의 5,190억 파라미터급 하이퍼스케일 모델까지 선보이며 세계 3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있다. 네이버는 올해 1월 탈락했는데, 이유는 기술력 부족이 아니라 HyperCLOVA X의 ‘데이터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알리바바 Qwen의 동결된 인코더 가중치를 사용했다). 보다시피 주권 AI의 논리 안에서는 “이 모델의 혈통이 얼마나 순수한가"가 “벤치마크 점수가 얼마나 높은가"보다 더 중요하다.
‘AI for All’의 국산 모델 80% 할당은 바로 이 국가대표팀 모델들과 연결된다. 정부는 한편으로 경쟁을 열어 주권 모델을 선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 국민 무료 서비스로 이 모델들에게 실제 트래픽을 공급한다.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잡는 것, 이것이 이 판 전체의 완성된 그림이다.
이것이 AI로 먹고사는 평범한 개인과 무슨 상관인가?
프리랜서든, 1인 기업이든, AI로 일하는 누구든 이걸 남의 나라 뉴스로만 여기지 말길 바란다. 구체적으로 챙겨야 할 세 가지가 있다고 본다.
첫째, 한국의 ‘소형 모델이 잡일을 맡는’ 구조는 그대로 베낄 만한 비용 절감 방법이다. 앞서 분석했듯, 한국은 국산 소형 모델이 80%의 요청을 받아내야 ‘전 국민 무제한’을 지탱할 수 있다. 같은 논리를 1인 기업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모든 작업을 가장 비싼 GPT에 던지지 말라. 올바른 방법은 앞단에 **하이브리드 라우팅(hybrid routing)**을 구축하는 것이다. 분류, 추출, 재작성, 초안 작성 같은 ‘잡일’은 저렴한 소형 모델(심지어 로컬에서 돌리는, 정책적으로 파격 지원받는 오픈소스 모델까지)로 소화시키고, 고성능 API는 정말 두뇌가 필요한 핵심 20%에만 남겨둬라. 이건 무슨 신비한 이론이 아니다. 오픈소스인 RouteLLM, LiteLLM 같은 도구들이 바로 이걸 전문으로 한다. 라우팅 한 층만 추가해도 같은 결과물의 비용이 몇 배씩 차이 날 수 있다. 한국은 국가 예산으로 이 구조를 시연해 보였고, 여러분은 이를 활용해 자신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둘째, 해자는 지금 ‘당신의 데이터와 당신의 수직 전문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 나라가 ‘생성형 AI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수돗물처럼 흔한 공공재로 만들어버리면, “나는 ChatGPT 계정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더 이상 강점이 아니다. 범용 챗봇은 누구나 갖고 있다. 값어치가 있는 것은 특정 업계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남이 얻을 수 없는 데이터를 학습한 것이다. 참고로 네이버가 이번에 주권 모델 국가대표팀에서 탈락한 것도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데이터 혈통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신의 데이터가 누구의 서버에서 돌아가고, 누구의 규제를 따르는가"라는 질문은 앞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제품을 만들 때 고객과 정부로부터 점점 더 자주 받게 될 것이다.
셋째, 진짜 프런티어는 ‘일을 처리할 줄 아는 에이전트’이지 ‘대화를 할 줄 아는 AI’가 아니다. 한국의 이번 서비스에서 가장 핵심적인 설계는 정부 시스템에 연결해 대행 업무를 처리한다는 점이다. 병원 예약, 세금 신고, 집 구하기 같은 일들이다. 이건 질의응답이 아니라 ‘한 가지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내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에이전트 시스템을 만들면서 겪은 함정은, 에이전트가 실제로 행동하기 시작하면(신청서를 제출하고, 주문을 넣고, 돈을 빼는 순간) 오류의 대가가 ‘한 문장을 잘못 말하는 것’에서 ‘한 가지 일을 잘못 처리하는 것’으로 격상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대행 업무의 진짜 난제는 모델이 말을 잘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스템에 연결하면서도 사고를 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진짜 엔지니어링의 핵심은 권한 경계와 롤백 가능성이지, 모델이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다. 한국의 이 전 국민급 대행 서비스가 실제로 돌아갔을 때 사고가 날지 안 날지가 내가 가장 주목하고 싶은 지점이다.
내가 직접 실측하러 간다 — 검증할 것들
정책 분석을 아무리 늘어놓아도 직접 한 번 써보는 것만 못하다. 나는 한국에 있으니 9월 베타가 열리면 바로 가입해서 실측한 뒤, 그 결과를 다음 글로 정리하겠다.
내가 확인할 항목들은 다음과 같다(글 말미에도 첨부하니, 한국에 계신 분들은 함께 테스트해보셔도 좋다).
- ‘무제한’이 정말 무제한인가, 아니면 숨겨진 속도 제한이 있는가? 무료 서비스에는 대개 뒷문이 있다.
- 실제로 어느 모델로 라우팅되는가? 품질은 ChatGPT와 얼마나 차이 나는가? 한국어·영어·중국어 세 언어로 같은 질문을 던져 비교해볼 것이다. 80%가 국산 모델로 처리된다면, 사용자가 그 차이를 ‘체감’할 수 있을까?
- 대행 기능이 정말 작동하는가? 병원 예약, 세금 신고 조회처럼 ‘정부 시스템에 연결된’ 부분들이 정말 끝까지 처리되는지, 아니면 그냥 안내 문구만 던져주는지 확인한다.
-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UX는 정말 친절한가? 이 계획은 ‘앱 설치조차 어려워하는 사람’까지 챙기겠다고 내세우는데, 이 말이 가장 쉽게 공허한 구호가 될 수 있다.
-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는가? 정부 시스템에 연결된다는 것의 이면은 개인정보 문제다.
한 나라가 AI를 공공재로 국민 전체에게 나눠주기로 한 것이 좋은 수였는지는 2~3년 후에나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향만큼은 이미 뚜렷하다. AI 경쟁은 이제 “누구의 모델이 가장 강한가"에서 “누가 가장 많은 사람에게, 가장 고통 없이 매일 AI를 쓰게 만드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은 후자에 베팅했다.
실측을 마치고 진실을 알려드리겠다. 다음 글에서 이 거대한 도박이 진짜인지 허풍인지 실측 결과로 말씀드리겠다.
출처(여러 매체 교차 검증):
- Korea Herald — Korea picks SK Telecom, Kakao, KT to build free nationwide AI services
- The Korea Times — SKT, KT, Kakao consortiums selected for free AI service for public
- TechSpot / Decrypt — free access with no token limits
- The Next Web — 52 million citizens, domestic models
- KED Global / Korea Herald — 주권 파운데이션 모델 국가대표팀(LG, SKT, 업스테이지 등)
- Light Reading — South Korea enters second phase of sovereign AI project